인터뷰

[인터뷰] 시스코코리아 이재미 상무, '삶에 대한 존중이 시스코의 경쟁력'

박세아

엔터프라이즈 네트워킹 스페셜리스트 기술 리더 이재미 상무
엔터프라이즈 네트워킹 스페셜리스트 기술 리더 이재미 상무

[디지털데일리 박세아 기자] 시스코코리아가 지난해 6월 28년 만에 첫 여성 대표인 최지희 대표를 선임했다. 첫 여성 대표라는 상징성에 가려지긴 했지만 시스코는 여성과 남성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신뢰를 바탕으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토대와 문화를 정착시켜 가고 있다.

12일 시스코코리아 엔터프라이즈 네트워킹 스페셜리스트 기술 리더 이재미 상무는 <디지털데일리>와 인터뷰를 통해 시스코의 '인간'에 방점을 찍는 경영 철학이 여성의 일 욕구를 고취하고, 결과적으로 전문성을 향상하기에 적합한 문화를 형성했다고 전했다.

24년간 IT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온 이 상무는 시스코에 2006년 입사해 17년여간 시스코의 소프트웨어 솔루션 분야의 대표 여성 엔지니어로 자리 잡았다.

이 상무는 당시 네트워킹 기술 분야에서 찾아보기 힘든 여성 엔지니어로써 흔히 말하는 공대녀다. 여성보다 남성이 다수인 환경에서 학업과 직장경력을 이어온 이 상무는 지난 20여 년간 여성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최전선에서 몸소 겪어왔다.

출산과 육아만이 여성의 역할이라는 고정관념이 아직 강하게 남아있던 시기부터 여성의 사회적 진출에 대해 대부분 반문을 제기하지 않는 최근까지, 다수 직장에서 여성으로써 경력을 쌓아 온 이 상무의 소회는 남달랐다.

그는 "무조건적인 회식 등 군대식 문화가 강한 시기부터 사회 생활을 하다 보니, 시스코 입사 후 남다른 경영철학이 크게 와닿았다"라며 "삶이 있고 난 이후에야 일이 있을 수 있다는 단순하지만, 당연한 철학이 시스코의 사내 곳곳에 녹아내려 있었다"라고 말했다.

'우먼오브시스코'도 마찬가지다. 1997년 설립된 시스코스 커넥티드 우먼이 전신인 이 단체는 시스코 대표 여성단체다. 5명의 시스코 여성 직원들이 모여 설립해 여성 인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시작됐다. 이후 시스코 내부 인원에서 나아가 IT업계에 종사하는 시스코 내외부 여성들 간 네트워킹을 도모하기 위해 설립된 '시스코 임파워드 우먼스 네트워크'와 2019년 통합돼 우먼오브시스코가 탄생했다.

우먼오브시스코는 현재 약 69개국에서 9000명 넘는 인원이 멘토링, 연사 시리즈, 네트워킹 이벤트, 지역사회 공헌 활동에 참여하며 영향력을 확대하는 단체로 성장했다.

지난 3월 29일 시스코코리아 오피스에서 우먼오브시스코 행사를 주관한 이 상무는 여성연대에서 깊은 공감과 삶의 원동력을 얻었다고 회상했다.

이 상무는 "단순히 여성을 위한 1회성 행사가 아니다. 결혼과 출산, 육아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 직업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향성 등을 논의하고 공론을 형성하기 위한 자리"라며 "이와 같은 행사를 통해 여성의 사회진출 연속성을 담보하고, 나아가 사회 발전에 도움을 도모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시스코코리아 우먼오브임팩트 2023
시스코코리아 우먼오브임팩트 2023

시스코의 행사는 우먼오브시스코뿐만 아니다. 2013년 시작한 'DARE'와 'JUMP' 프로그램도 직원 역량 강화를 위해 만들어진 지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했다. 이 프로그램들을 통해 시스코는 비단 성별에 국한하지 않고, 개인의 역량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학습의욕을 고취한다. 역량과 업무 적합도에 따라 멘토-멘티가 바뀌며, 이런 일련의 과정은 자신의 능력을 키우고 입증할 기회가 된다.

시스코 여성들의 전문성과 성취가 특히 눈에 띄는 것도 이와 같은 프로그램의 영향이라는 게 이 상무 전언이다. 특히 시스코가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지 28년 만에 첫 여성 대표가 된 시스코코리아 최지희 대표가 워킹맘으로써 시스코의 성공적인 리더가 된 것도 시스코 문화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그는 "좋은 프로그램이 아무리 많아도 사내문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일회성으로 끝나겠지만, 시스코는 모든 일하는 순간이 인간을 중심으로 둔 문화, 즉 컨셔스(conscious) 컬쳐가 조성돼 있다"라며 "예컨대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고, 기본적으로 재택근무가 원칙이다. 혹시나 모를 개인사가 있을 경우를 대비해, 눈치를 보지 않고 시간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모든 것의 원칙은 비단 여성뿐만 아니라 개인에 대한 신뢰가 밑바탕이 된다. 글로벌 회사의 특성상 다양한 시간대에 사는 시스코인들은 화상회의도 빈번하게 진행한다. 그럼에도 서로 간 부담을 느끼지 않고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게끔 개인의 삶을 최대한 존중하는 문화가 형성돼 있다.

이 상무는 "이제는 화상회의에서 아이들이 등장해도 놀라지 않는다. 경직된 사내문화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삶을 전제로 업무를 이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개인이 잘할 수 있는 일을 회사에서 함께 탐색하고, 이로써 개인의 성취욕을 극대화하는 것은 모두 개인 존중을 밑거름으로 삼는다. 이에 따라 애사심도 함께 높아지는 구조"라고 언급했다.

한편 시스코는 1984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한 유무선 통신, 네트워크 장비를 제조·개발하는 IT업체다. 현재는 네트워크, 사물인터넷, 유무선 네트워크 인프라, 보안, 클라우드 컴퓨팅, 화상회의 솔루션 등 다양한 IT분야를 다루고 있다.

박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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